연출노트
연극 <이리의 땅>은 2021년 제24회 신작희곡페스티벌 낭독 공연, 2022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졸업공연으로 이미 두 차례 무대화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세 번째 무대화를 앞두고 연출형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극장과 신화의 관계였습니다. 극장의 환영을 견고하게 세우고, 그것이 철저하게 무너지며, 결국 전복되는 과정을 표현하기 위해 1막, 2막, 3막의 연출 및 연기의 원리를 팀원들과 먼저 공유하는 것을 시작으로 연습을 진행하였습니다.
로와 렘의 서사가 담긴 1막은 극장의 역사가 가지고 있던 환영을 구현하기 위해 마치 동굴 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목소리들, 타악기, 구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미 죽은 이야기들, 전설 속에서나 듣던 이야기들, 환영 안에 갇혀버린 신화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1막의 가장 큰 목표로 삼았습니다. 1막이 진행되는 내내 들리는 구음은 김현재 배우가 무대 뒤에서 실시간으로 입소리를 내며 장면을 연출하게 되었습니다.
2막의 동시대를 표현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점은 끝없이 탈락되는 존재들을 가시화하는 것이었습니다. 1막의 진지함에 대한 경멸, 정보 없는 내용들, 반복되고 자극적인 수많은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텍스트의 위계를 버리고 배우들의 즉흥 동선, 애드립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전략적으로 모든 인물을 유희로만 소비되는 존재들, 스스로를 상품화시키며 존재의 이유를 찾으려는 인물들로 보여지는 것을 2막의 목표로 삼았습니다. 김현재 배우는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2막의 대사 일부를 수정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고, 김효진 배우는 연기 및 연출의 원리를 논의하고 공유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3막은 팽창한 자본주의 이후 모든 것이 절멸한 시공간을 담아냅니다. 견고하게 쌓아올린 1막의 환영을 의도적으로 재연하는 장면들이 반복되며 그 환영의 실체가 모두 허상이었음을 드러냅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 배우와 관객의 관계가 뒤집히는 것을 연출의 원리로 구성하였습니다.
각각의 막별로 연출계획 및 원리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는 연출부 김수려, 정한별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리의 땅>은 역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누구의 신화가 채택되었는지, 그리고 그 신화가 어떤 방식으로 탈락되는 존재들을 만들어냈는지, 그 존재들을 어떻게 추방시키고 삭제했는지를 ’로‘라는 인물의 관점에서 재현하고자 하는 이야기입니다. 주체의 신화를 전복시키고 신화라는 환상을 깨부수면서도, 새롭게 다시 쓰는 영웅 없는 신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주체와 타자로 대표되는 수많은 이분법을 해체하고, 인간으로 존재하며 가질 수밖에 없는 오만함을 인정하고 긍정하는 동시에 이리(늑대)로 대표되는 타자와 함께 공존하는 신화 만들기를 ’시도’하고자 하는 이야기입니다.
결국에는 비극으로 끝날 이야기일지라도, 또다시 반복되는 환영을 만들어낼지라도,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실패할지라도, 그럼에도 이번에는 다른 신화를 선택해보자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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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출 최현비
DIRECTOR's NOTE
The play "The Land of IRIi" has already been staged twice, first in the 24th New Play Festival (2021,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 as a staged reading, and later in 2022 as the graduation play for the Playwriting Department of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s.
Coming to the third staging, the most crucial aspect I considered in terms of the directing format was the relation between the theater and mythology. To solidify the illusion of the theater, rigorously break it down, and eventually depict its collapse- we began the rehearsal process by first sharing with the team the principles of directing and acting in Acts 1, 2, and 3
In Act 1, which carries Ro and Rem's narrative,
To represent the illusion the theater had carried throughout history, we actively utilized voices, percussion instruments, and chants that felt as if they were coming from within a cave. Our primary goal in Act 1 was to maximize already-dead stories, stories in legends, and mythic elements trapped within the illusion. Throughout Act 1, the chants were created by actor Kim Hyun-jae, who produced real-time vocalizations backstage during the scenes.
In Act 2, where we portrayed the contemporary setting, the focus was on visualizing the ongoing exclusion of entities.To convey a sense of disdain for the seriousness, a lack of information, and the repetition of numerous provocative images of Act 1, we abandoned the hierarchy of the text and actively used improvisational movement and ad-libs by the actors to construct the scenes. Our goal in Act 2 was to strategically portray all characters as entities consumed solely for amusement, individuals commodifying themselves in the quest for their existence's purpose. Actor Kim Hyun-jae had a significant role in modifying some of Act 2's lines during the pre-production phase, and actor Kim Hyo-jin contributed to discussing and sharing principles of acting and directing.
In Act 3, there is a spacetime where everything has vanished after the expansion of capitalism. Scenes intentionally reenact the illusion built solidly in Act 1, repeating to reveal that the essence of that illusion was all but a mirage. The directing principles were structured around the inversion of boundaries between the stage and the audience, and the actors and the spectators.
In forming the directing plans and principles for each act, we received substantial assistance from the directing team, Kim Soo-ryeo and Jung Han-byeol.
"The Land of IRI" is a story that aims to depict, from the perspective of the character ‘Ro,’ the process of whose mythology was adopted in the making of history, how those mythologies created beings and how they were subsequently excluded and erased. It is a story about dismantling the dichotomies represented by the subject and the other, acknowledging and affirming the inherent arrogance of being human while ‘trying’ to create a myth that coexists with the other, represented by "IRI"
Ultimately, even if the story ends in tragedy, even if it recreates the recurring illusion, and even if everything fails once more, it is a tale that encourages us to choose a different myth this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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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Director Choi Hyun-bee